[길상호] 바다에는 썩은 물고기가 산다/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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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는 썩은 물고기가 산다/길상호
언어는 물고기다
썩으면 지독한 비린내를 풍긴다
어떤 언어는 부레를 너무 부풀려 헤엄을 칠 수 없다, 수
면 밖에 떠 있는 흰 배를 끌고 물 속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적당히 바람을 집어넣고 헤엄치는 언어가 자유로
울까, 언어는 동족을 잡아먹고 사는 경우가 많다, 대개 덩
치 큰 놈이 이기지만 작은 놈끼리도 입을 맞추면 순식간에
큰 놈을 제압할 수 있다, 그래서 바다 속 언어 중 비늘 하
나까지 온전한 놈은 없다, 가끔 채식을 즐기는 언어도 있는
데 그놈이 뜯어먹고 난 자리에는 어떤 풍경도 남지 않는다
침묵을 즐기는 언어는 심해로 간다, 놈들은 수압으로 입
을 다스리며 부레 속에 공기 대신 기름을 채운다, 여차하면
확 불을 지르고 생을 끝낼 참이다, 이런 언어들 중 詩라는
걸 쓰는 놈이 있는데, 시라는 게 썩은 물고기 살점을 받아
먹으며 만들어낸 것이라 기우뚱 바로 서기 힘들다
오늘 저 깊은 심해에서 물고기 한 마리 건져냈는데
역시 지독한 비린내를 풍긴다
언어는 물고기다
썩으면 지독한 비린내를 풍긴다
어떤 언어는 부레를 너무 부풀려 헤엄을 칠 수 없다, 수
면 밖에 떠 있는 흰 배를 끌고 물 속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적당히 바람을 집어넣고 헤엄치는 언어가 자유로
울까, 언어는 동족을 잡아먹고 사는 경우가 많다, 대개 덩
치 큰 놈이 이기지만 작은 놈끼리도 입을 맞추면 순식간에
큰 놈을 제압할 수 있다, 그래서 바다 속 언어 중 비늘 하
나까지 온전한 놈은 없다, 가끔 채식을 즐기는 언어도 있는
데 그놈이 뜯어먹고 난 자리에는 어떤 풍경도 남지 않는다
침묵을 즐기는 언어는 심해로 간다, 놈들은 수압으로 입
을 다스리며 부레 속에 공기 대신 기름을 채운다, 여차하면
확 불을 지르고 생을 끝낼 참이다, 이런 언어들 중 詩라는
걸 쓰는 놈이 있는데, 시라는 게 썩은 물고기 살점을 받아
먹으며 만들어낸 것이라 기우뚱 바로 서기 힘들다
오늘 저 깊은 심해에서 물고기 한 마리 건져냈는데
역시 지독한 비린내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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