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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호남선/ 김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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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6회 작성일 2025-03-03 09:54: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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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湖南線)/ 김준태

기차는 가고 똥개만 남아 운다
기차는 가고 식은 팥죽만 남아 식는다
기차는 가고 시커멓게 고개를 넘는
깜부기, 깜부기의 대갈통만 남아 벗겨진다
기차는 가는데 빈 지게꾼만 어슬렁거리고
기차는 가는데 잘 배운 놈들은 떠나가는데
못 배운 누이들만 남아 샘물을 긷는데
기차는 가고 아아 기차는 영영 사라져 버리고
생솔가지 저녁연기만 허물어진 굴뚝을 뚫고 오르고
술에 취한 홀애비만 육이오의 과부를 어루만지고
농약을 마시고 죽은 머슴이 홀로 죽는다
인정 많은 형님들만 곰보딱지처럼 남아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무덤을 지키며
거머리 우글거린 논바닥에 꼿꼿이 서 있다

- 김준태 시집 <참깨를 털면서>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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