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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사월/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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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98회 작성일 2025-02-23 13:37: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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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김현승

플라타너스의 순들도 아직 어린 염소의 뿔처럼
돋아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시는 그들 첨탑 안에 든 예언의 종을 울려
지금 파종의 시간을 아뢰어 준다.

깊은 상처에 잠겼던 골짜기들도
이제 그 낡고 허연 붕대를 풀어 버린 지 오래이다.

시간은 다시 황금의 빛을 얻고,
의혹의 안개는 한동안 우리들의 불안한 거리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검은 연돌(煙突)들은 떼어다 망각의 창고 속에
넣어 버리고,

유순한 남풍을 불러다 밤새도록
어린 수선(水仙)들의 쳐든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개구리의 숨통도 지금쯤은 어느 땅 밑에서 불룩거릴 게다.
 
추억도 절반, 희망도 절반이어
사월은 언제나 어설프지만,
먼 북녘에까지 해동(解凍)의 기적이 울리이면
또다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 달은 어딘가 미신(迷信)의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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