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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사랑/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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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23회 작성일 2025-02-15 21:00: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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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공광규
 - 불경을 읽다가 문득

 문자를 여의고 말을 떠나는
 이해할 수 없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설명하면 틀려버리는
 그리고 아주 우연인
 글로 쓰면 아직 그곳에 덜 도달한
 입술에 올려지면 허공으로 사라지는
 다가와도 못 막고
 도망가면 잡을 수 없는
 너무 큰 문자이거나 말이어서
 가둘 수도 쫓아버릴 수도 없는
 애걸해서도 요구해서도
 거친 성욕으로도
 마음을 아주 놓아버려도 안 되는
 무엇이 안 된다거나 된다라고도 할 수 없는
 다만, 마음에 물이 들면
 아주 오래 오래 바래지 않는
 혹시 바래거나 잠시 물건처럼 잃어버려도
 흙 속에 묻힌 보석처럼
 사라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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