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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버드나무가든/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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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8회 작성일 2025-07-14 07:56: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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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가든/길상호

버드나무는 그 집의 상표다
마당 귀퉁이에 붙어 있는 그것이
한때 유행을 탄 적이 있다
향수 불러일으키는 상표 하나로
주인은 도시에서 단단히 뿌리를 박고
제 가지를 넓히던 때 있었다
하지만 지금 대로변 소음밖에는
이야기 주고받을 상대가 없어
푸른 입술 먼지 가득한 나무,
때로 누렇게 시든 잎이
실어증처럼 져버리기도 한다
상표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몇몇 단골마저 식성을 바꿨다
주인은 복고풍의 바람을 기다렸지만
시냇물 머리 감던 처녀로 올라와
늙은 창녀로 문 앞을 지키는 나무,
상표는 제 속의 썩은 구멍을 파내며
끈적이던 생을 떼어내고 있었다

- 『모르는 척』(천년의시작,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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