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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버들 방앗간/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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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9회 작성일 2025-07-14 07:51: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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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 방앗간/길상호

미끄러운 얼음길 걷다 보니
시장 귀퉁이 방앗간이 있다
국수틀에 뽑혀 나온 가닥들
막대기에 걸어 말리는 집,
바람은 국수 가닥 사이를 오가며
제 삶의 뼈대를 다시 세운다
단단하게 밀알 익히던 힘으로
하얗게 부스러진 생을
길게 이어내고 있는 중이다

국수 걸대 앞에 앉아
이씨도 담배를 피워 문다
그도 얼굴의 잔주름들 모여
몇 개의 깊은 골 만들기까지
여러 가닥의 길 빠져나왔으리라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물과 함께 끈적하게 반죽되었다가
다시 물을 떠나보내야 하듯
그는 기억 속에 몸을 담근다
잘마른 국수 한 묶음 사들고
나는 거기 빼곡히 들어찬
봄으로 이르는 길 헤아려 본다

-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문학세계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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