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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물의 마음/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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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회 작성일 2025-07-14 07:44: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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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마음/길상호

봄이 되어서야 물가에
얼음 얼었던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 시린 말로 어떤 뿌리도 적실 수 없다고
그 차가운 물살 어떤 가슴도 씻길 수 없다고
물은 저 자신을 묶어 두었던 것이지요

자갈이나 모래 사이에 숨어서
겨우내 자신의 흐름을 지켜보다가
일렁이는 결들 속에 유리처럼 날카로운
소리들 하나씩 건져 올려서
흐르지 못하도록 매어 둔 것입니다

그리하여 차가운 소리들 얼어붙고
물은 제 속을 관통하여 속으로
흘렀던 것입니다 그 소리가
어떤 날은 울음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기다림이 되기도 했지요

저마다 목마른 봄이 되어서야
그 소리의 칼날 볕에 녹이며 물은
다시 세상의 뿌리들에게 말을 걸지요
봄이 오는 물가에 앉아 있으면
버들강아지 솜털로 퍼어나는 물의 마음과
만날 수가 있지요

-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문학세계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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