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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숨비소리/길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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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6회 작성일 2025-07-14 07:43: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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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길상호

파고 높은 시간들이 지나간다
물결 사이를 헤매고 다니다가
수면으로 올라온 우리는 어느새
고래처럼 우는 법을 배웠다
깊고 어두운 바닥에서 주워 올린 건
딱딱한 껍데기를 갖고 있는 미소
그리고 해초처럼 뿌리가 얕은 흐느낌
해류에 떠밀려 흘러가버린 약속이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며
난류와 한류의 감정이 교차하는 이곳
끝날 것 같지 않은 자맥질을 한다
아가미도 없이 헤엄치려면
고래를 따라 다시 진화해야만 했다
참고 참았다 한꺼번에 분기하는 숨
이것은 바다가 일러준 생존법
오늘도 나는 맨살에 물옷을 껴입고
출렁이는 바다로 잠수한다

- 계간 『스토리문학』201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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