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안] 뿔소라구이를 먹는 밤/이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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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소라구이를 먹는 밤/이슬안
뿔소라구이를 먹는데
그 씁쓸한 창자를 집어삼키는데
밤바다처럼 서 있곤 했던 골목이
출렁거린다
혀를 감고 흩어진다
처마 밑에 쭈그려 앉아
밀물처럼 들어차는 울음을
서툴게 구겨 넣던 밤,
데친 살과 껍데기와 내장이
한 접시에 담겨있다
너울과 어둠을 밀어 넣으며
절반쯤 농색의 창자가 되어버린 소라의 몸
애써 한평생 견뎌온 시간들이 펼쳐있다
울컥 쓴 물이 올라온다
벌거벗겨져 접시 위에 웅크리고 있는 내 몸
일말의 동정도 없이 내쳐진 것들은
검은 낯빛의 나선형을 고집한다
혼자 견디기에 최적화된 자세
내장의 쓰디쓴 물을 되삼키며
소라의 뿔을 세어 본다
껍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소라의 생각을 들여다본다 감히
누구 하나 찌를 수도 없는 뿔을 만든
뿔소라구이를 먹는데
그 씁쓸한 창자를 집어삼키는데
밤바다처럼 서 있곤 했던 골목이
출렁거린다
혀를 감고 흩어진다
처마 밑에 쭈그려 앉아
밀물처럼 들어차는 울음을
서툴게 구겨 넣던 밤,
데친 살과 껍데기와 내장이
한 접시에 담겨있다
너울과 어둠을 밀어 넣으며
절반쯤 농색의 창자가 되어버린 소라의 몸
애써 한평생 견뎌온 시간들이 펼쳐있다
울컥 쓴 물이 올라온다
벌거벗겨져 접시 위에 웅크리고 있는 내 몸
일말의 동정도 없이 내쳐진 것들은
검은 낯빛의 나선형을 고집한다
혼자 견디기에 최적화된 자세
내장의 쓰디쓴 물을 되삼키며
소라의 뿔을 세어 본다
껍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소라의 생각을 들여다본다 감히
누구 하나 찌를 수도 없는 뿔을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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