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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재] 과일공장/이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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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58회 작성일 2021-11-15 11:43: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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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공장/이하재
               
때가 되면 꽃이 피는 줄 알았다
계절이 바뀌면 과일이 익는 줄 알았다
저절로 꽃이 피고 저절로 익는 줄 알았다

실 같은 뿌리로 캄캄한 땅 속을 더듬어
물을 길어 올리고
여린 잎으로 햇볕을 빨아들여
고운 빛깔을 거르고
사방으로 뻗은 가지로 바람을 뒤적거려
흩어진 향기를 모으고

과일나무에 귀를 대고 들으면
윙윙 기계 돌아가는 소리 떠들썩하고
밤낮으로 헉헉대는 신음소리 가엾다

약탈자의 화물차소리가 멀어지면
허탈한 가지는 부르르 떨고
지친 잎은 맥없이 시들어간다

과일 속에는 향긋한 슬픔이 배어있다
과일 속에는 달콤한 아픔이 스며있다
과일 속에는 해와 달과 별빛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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