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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례] 가족사진/조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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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58회 작성일 2022-03-09 14:15:5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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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조성례

비 오는 날의 장롱은 침묵에 빠진다
습기를 몸에 친친 두르고
꼬물대는 좀 벌레의 걸어가는 소리를 들을뿐
죽은 듯 누워 있던 옷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비가 오는 날의 장롱 속은 추억하기에 좋은 곳
잊었던 기억들이 살아나와
켜켜이 숨죽이고 있는 지나간 길을 일으켜 세운다
한 켜 한 켜 일으켜 세울 때마다
침침한 호롱불 밑에서 양말을 꿰매던 어머니와
조금쯤 허풍이 들어간 아버지의
‘너 왔니“ 기침 소리도 들린다
비가 그칠 때까지
외출하지 못한 옷들이 추억을 받아들이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발뒤꿈치가 달걀 닮았다고 트집 잡던
시할머니의 매운 질책
어머니
각혈하듯 통증을 쏟아내기엔
장롱처럼 입이 무거운 것은 없었다고 한다
장롱 문을 열고
옷가지를 개었다 풀었다
저만치 물러나 앉은 푸른 날의 얼굴들을 하나씩 불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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