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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숙] 사라진 새들/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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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08회 작성일 2022-02-19 23:08: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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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새들/황정숙

새의 춤이
어깨로 흘러나와 퍼덕이고 있어요.
보세요, 내 팔에서 돋는 바람, 나부끼는 깃털을.

구름장을 뚫고 솟구치는 저것을,
이정표가 없는 그곳을 전생이라 불러봅니다
깃털을 꽂은 인디언은
깃털마다 하늘의 바람을 불러오고
겨드랑이가 간지러운 목숨 안으로 들어가 푸드덕거립니다.

이렇게 가벼운 비행은 처음입니다.
부력을 잃고 하강하는 빗줄기처럼
어둠이 펌프질할 때마다 황금의 달이 출렁이는 곳.

아파치 공연단이 무척 신명 납니다.
마음보다 더 빠른 스텝으로
허밍과 리듬으로 바람의 속도가 달려갑니다.

표정으로 노래로 인디언들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깃털에서는 바람 소리 가득한데
풍선처럼 둥둥 허공을 떠다니는 내 신발은
누가 지어부은 영혼일까요.

빙빙 원을 그리며 둥글게 하늘을 말아 사라지는 동안,
중력을 빨아들이는 마음은 유년의 것입니다

나바호의 향수는 점점 희미해지고
밤의 얼굴은 코앞에 있고
몸에서 이제 새들이 빠져나가는 시간
내 안에 가둬둔 것들을 들여다보며 방들의 문을 다 열어봅니다.

마침내 새들은,
우리들 늑골 아래 숨어 초롱한 눈망울로
날아가야 할 필생의 하늘을 노려볼 것입니다.

[이 게시물은 이창민님에 의해 2025-03-31 17:39:25 황정숙의 시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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