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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숙] CCTV 속으로/황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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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9회 작성일 2022-02-19 23:04: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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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속으로/황정숙
 
현관문을 열고 나오자, CCTV 속
갇혀 있던 내 몸도 빠져나온다.
카메라 렌즈 앞에 잠시 멈추자 들킨 몸이 툭 떨어진다. 구멍 난
인화지에서 나온 나를 드라이기로 말리고 검은 란제리를
입히고 실크 원피스로 둘둘 말아
거리로 내보낸다. 조여오는
심장을 주먹으로 쾅쾅 풀어가며 간다. 죄지은 듯
쫓기듯 간다. 화장할 틈도 없어 기미와 잡티가
파리똥처럼 얼룩진 얼굴로 간다. CCTV
가 따라 오지 못하는 멀끔한 거리를 걸어나간다. 좌우로
힐끔거리는 눈을 빼서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간다, 횡단보도 지나 골목 지나 기우뚱
닳아버린 신발을 끌고 간다. 어멈아!
여보! 엄마!
내 몸에 살고 싶은, 식구들이 어느새 뒤통수에
카메라의 눈으로 붙어 있다. 부르지 마,
부르지 마, 제발! 나를
잊어 줘! 필름에 감겼던 팔 한 짝, 다리 한 짝, 머리통 반쪽,
한 컷씩 그들에게 잘라 던져주며 간다. 자꾸
따라오면 내 몸의 전원 플러그 확 빼 버릴 거야!
렌즈유리를 칵, 깨 버린다! 소리치며 간다. 꽤 멀리까지
도망갔는데, 어느새 나는 CCTV 속
으로 들어와 내 등에는 식구들이 혹처럼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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