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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 다른 빨강을 부르는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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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정숙 조회 194회 작성일 2022-01-10 21:08: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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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 다른 빨강을 부르는 은유


황정숙


빨강, 하고 부르면
식탁 위에 사과가 바라보고
냉장고에 붙은 엽기 떡볶이 쿠폰이 불빛으로 웃었지

건너편 부스스한 머리에 잠옷을 입은 채
베란다에 얼굴을 물음표처럼 내놓은 여자가
장미 꽃잎을 브랜디에 절이는데 열중하는 것은
큐피드의 피가 스며든 빨간 장미의 효능이 뜨거워
금단의 사과와 첫 생리혈을 닮은 빨강의 뜨거움이지

지구의 대기권으로 튕겨 나갈 기세로
믹서기에서 돌아 나온 토마토의 심장은
방금 떠난 것일까? 떠났다 돌아온 것일까?
빨간 심장과 빨강을 부르는 은유는 어디까지인지
따라가 보자, 살금살금

흔들의자에 앉아 여행지 책자 속에서 파도를 타는 연인들을 보았다. 마치 물속에서 솟구쳐 흘러넘치는 거 같다는 순간, 누군가 모든 게 넘침은 모자람보다 못한 것이라고 기만이 위험이니 좀, 적당히 살라던 말이 목구멍을 타고 머릿속으로 기어오르고 있었다

의구심이 촉발하는 빨강에서
같은 빨강이 다른 빨강을 부르는 은유

빨강이 빨간 장미 속으로 스며드는 바람에
어느 날 아침, 흘러넘친 태양이 빨간 배를 드러내고
토마토밭은 주방까지 뻗어왔지


2021년 <시산맥>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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