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길상호 > 추천시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2,031
어제
2,594
최대
3,319
전체
72,476
레몬
  • H
  • HOME 레몬 추천시
추천시

 

물티슈-길상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309회 작성일 2022-03-25 21:29:47 댓글 0

본문

물티슈
  길상호

낡은 바다가 지어놓은 여관
그곳에 오래 머문 적 있다
주머니 속에서 굴리던 조개껍데기
무늬가 다 사라질 때까지,
옷깃을 스친 인연들이
인연 전으로 모두 돌아갈 때까지,
우리는 별빛이 끝난 새벽마다
창틈에 삐져나온 파도 한 장을 뽑아
서로의 때 낀 입술을 닦아주었다
파도는 아무리 뽑아 서도
쉽게 채워지곤 했으므로
너와 나 사이에 드나들던
거짓말도 참말도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담장을 걷던 고양이가 같이 뽑혀와
붉은 혀로 스윽,
우리의 눈길을 핥고 가기도 했다
망막에 낀 얼룩이 사라지자
너는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서먹한 얼굴로 각자 짐을 챙겨
그 낡은 여관을 빠져 나왔고
남겨놓고 온 우리는
몇 겹의 파도가 천천히 지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