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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풀꾹새도 낮밤을 울었다 - 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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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14회 작성일 2023-10-06 19:52: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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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풀꾹새도 낮밤을 울었다
    정미경

화투는 네 장이 짝이다
달로는 열두 달
흑싸리 홍싸리
손 짝짝 맞는 노을 무렵
이팝구름 흘러간다

모든 길흉화복은 열두 달 안의 일이다
요즘 들어 자주 깜빡깜빡해
치매가 오면 자식들 고생시킬까 봐 두렵다던 말동무가
아예 작정을 했던 것인지
아들과 딸, 손자 보고 온다며 서울 다녀온 그날
안방이 풀밭인 양 제초제 빈병
유서처럼 남기고 떠났다
뒷산 풀꾹새도 낮밤을 울었다

곡기라곤 종일 막걸리 몇 잔이 전부여서
움푹한 눈두덩에 경련이 인다
마루 끝을 당겨
떨어지지 않는 운수를 뒤집는다
우산 쓴 손님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고
살가운 사람도 이젠 없다
막걸리잔에 가라앉은 얼굴들
휘휘 저어 넘기며
비설거지라도 해야지 손 툭툭 털고 일어서는데
텃밭의 망초대가 풀 무덤이다

날이야 가거나 말거나
텅 빈 속대 같은 빗줄기는
며칠을 두고 내릴 것이다

-계간 문학전문지 맥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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