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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시

 

딱딱한 시간과 말랑한 시간-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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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11회 작성일 2021-11-19 11:25: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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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시간과 말랑한 시간
  정미경

딱딱한 시간을 녹여먹는 일보다
와작, 깨물어먹는 일이 있었다

이맘때쯤이 된 나와
이때쯤 된 네가 마주 앉아
말랑한 시간을 서로 권한다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서 나는 재빠른 처마들의 흐트러짐이라 말 하고 너는 을씨년스런 고립이라고 대꾸한다. 너는 토막말 끝마다 이젠, 이라며 자꾸 문을 닫으려 하고 나는 언젠가, 라는 말속에 나를 숨긴다

 좀 말랑말랑해지라고 할 때마다 어깨를 한껏 움츠려 몸의 털끝까지 꽉 짜곤 했는데, 늦가을 앙상한 꽃잎에 핑그르르 도는 한 방울 물기 같은 것. 눈웃음과 말끝은 흘리는 거라고들 했지만 나는 뾰족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너는 딱딱한 시간으로 굳어가지만
입안에 넣으면 그래도 아직은
와작, 깨물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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