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시간과 말랑한 시간-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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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시간과 말랑한 시간
정미경
딱딱한 시간을 녹여먹는 일보다
와작, 깨물어먹는 일이 있었다
이맘때쯤이 된 나와
이때쯤 된 네가 마주 앉아
말랑한 시간을 서로 권한다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서 나는 재빠른 처마들의 흐트러짐이라 말 하고 너는 을씨년스런 고립이라고 대꾸한다. 너는 토막말 끝마다 이젠, 이라며 자꾸 문을 닫으려 하고 나는 언젠가, 라는 말속에 나를 숨긴다
좀 말랑말랑해지라고 할 때마다 어깨를 한껏 움츠려 몸의 털끝까지 꽉 짜곤 했는데, 늦가을 앙상한 꽃잎에 핑그르르 도는 한 방울 물기 같은 것. 눈웃음과 말끝은 흘리는 거라고들 했지만 나는 뾰족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너는 딱딱한 시간으로 굳어가지만
입안에 넣으면 그래도 아직은
와작, 깨물고 싶을 때가 있다
정미경
딱딱한 시간을 녹여먹는 일보다
와작, 깨물어먹는 일이 있었다
이맘때쯤이 된 나와
이때쯤 된 네가 마주 앉아
말랑한 시간을 서로 권한다
내리는 빗줄기를 보면서 나는 재빠른 처마들의 흐트러짐이라 말 하고 너는 을씨년스런 고립이라고 대꾸한다. 너는 토막말 끝마다 이젠, 이라며 자꾸 문을 닫으려 하고 나는 언젠가, 라는 말속에 나를 숨긴다
좀 말랑말랑해지라고 할 때마다 어깨를 한껏 움츠려 몸의 털끝까지 꽉 짜곤 했는데, 늦가을 앙상한 꽃잎에 핑그르르 도는 한 방울 물기 같은 것. 눈웃음과 말끝은 흘리는 거라고들 했지만 나는 뾰족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너는 딱딱한 시간으로 굳어가지만
입안에 넣으면 그래도 아직은
와작, 깨물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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