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근] 고래의 손/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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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손/정일근
박물관에서 브라이드 고래의 뼈 보다
작은 손 하나 숨어있는 것 보았다
지느러미 있었던 자리, 사람으로 보자면
옆구리쯤에 달린 고래의 손 보았다
6천만 년 전 조상이 가졌던 뭍의 손
고래는 부적처럼 몸속에 감추고
빙하기 거치며 바다에서 살아왔다
브라이드 고래의 손 앞에서
나는 진실로 악수 청하고 싶었다
우리는 어미 뱃속에서 나와
어미젖 먹고 자란 같은 포유류
돌아가고 싶은 오래된 미래에서 온
고래의 손잡고 안부 묻고 싶었다
고래의 손은 여전히 퇴화 중!
사람의 손을 뿌리치고 해저 깊숙이
큰 지느러미로 헤엄쳐 달아나고 있는 중!
나는 어떤 주술로 그를 돌아오라 부르며
또 어떤 손으로 그 손 잡을 것인가
우리는 고래박물관에서 만났지만
죽어 버린 손과 살아 있는 손 가지고 만났지만
여전히 달아나고 있는 브라이드 고래의 손과
엉거주춤 용서 청하는 내 손 사이
바다처럼 넓은 또 다른 바다가 막고 있었다
손을 넣기 너무 섬뜩한 사람의 바다였다
피냄새 진동하는 사람의 바다였다
-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시학, 2006)
박물관에서 브라이드 고래의 뼈 보다
작은 손 하나 숨어있는 것 보았다
지느러미 있었던 자리, 사람으로 보자면
옆구리쯤에 달린 고래의 손 보았다
6천만 년 전 조상이 가졌던 뭍의 손
고래는 부적처럼 몸속에 감추고
빙하기 거치며 바다에서 살아왔다
브라이드 고래의 손 앞에서
나는 진실로 악수 청하고 싶었다
우리는 어미 뱃속에서 나와
어미젖 먹고 자란 같은 포유류
돌아가고 싶은 오래된 미래에서 온
고래의 손잡고 안부 묻고 싶었다
고래의 손은 여전히 퇴화 중!
사람의 손을 뿌리치고 해저 깊숙이
큰 지느러미로 헤엄쳐 달아나고 있는 중!
나는 어떤 주술로 그를 돌아오라 부르며
또 어떤 손으로 그 손 잡을 것인가
우리는 고래박물관에서 만났지만
죽어 버린 손과 살아 있는 손 가지고 만났지만
여전히 달아나고 있는 브라이드 고래의 손과
엉거주춤 용서 청하는 내 손 사이
바다처럼 넓은 또 다른 바다가 막고 있었다
손을 넣기 너무 섬뜩한 사람의 바다였다
피냄새 진동하는 사람의 바다였다
-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시학,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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